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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남도말 억양은 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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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조회 963회 작성일 20-09-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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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마이삭, 하이선 태풍땜에 여름하고 반듯한 인사도 못 나눈 채 작별하고 말았다. 여름도 나도 예의없이 막자라지 않았는데 어처구니없다. 여름은 가버렸지만 코로나 시국 속에 강진과 함께한 여름을 남기지 않았다간 강진에 다시 발을 못 붙일 거 같아 맘을 급히 냈다.

언니랑 언니 친구네랑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다녀오고 코로나 환자가 느는 바람에 중단된 <강진에서 1주일 살기> 프로그램에 우리가 올 여름 마지막 수혜자인 셈이다. 다녀온 이후 줄곧 내가 받은 감동을 빠뜨리지 않고 잘 담아내고픈 욕심을 뽀대나는 여행후기에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강진 구석구석 내가 발 딛고온 어느 곳보다도 난 풋풋한 사과 내음 맡아지는 나이깨나 지긋한 주인장 내외의 맘길을 가장 깊게 담고 싶었다.

이번 강진행은 내게 세 번째였다. 동행인은 그때마다 달랐지만 1박 2일 코스로만 다녔던 예전 여행과 달리 기간도 길어 강진 뿐만 아니라 이웃한 완도, 해남까지 들를 수 있어 덤으로 가득했다. 그 어떤 포만감과 바꿀 수 없던 가장 큰 수확은 강진 내음 제대로 맡은 민박의 정취였다.

처음 딛어본 백련사, 가우도, 사의재, 백운동 별서정원, 생태공원 등 강진의 보물에 흠뻑 젖다 왔지만 내냄 농박 주인장이 안 계셨다면 보물빛은 바랬을 게 분명하다. 그냥 한번 스칠지도 모를 인연에 온맘을 다해 여행을 빛내주신 두 분께 지워지지 않을 감사를 꼭 전하고 싶다, 정중히.

여행 3일째 여정 마치고 귀가했을 때 낮은 변형 마루에 널따란 모기장이 우릴 반겼다. 그날 아침 지나가는 말로 식사 시간에 별과 잠을 잤으면 좋겠다며 낮고도 너른 마루에 모기장 치고 자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드렸다. 정말로 그 바람이 실현될 줄이야. 

그날 밤부터 주인장을 언니, 형부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밤하늘 별을 보며 주인장 언니랑 살아온 얘기 나누며 동침했다. 별들도 우리 얘기에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느라 잠잘 시간도 잊은 채 열심히 반짝여줬다.

월간지 <샘터>의 기고가와 독자로 만난 전라도 총각과 경상도 색시인 주인장 내외 이야기는 거미 똥구멍에서 실 나오드끼 술술 밤을 녹이기 충분했다. 전라도로 시집 오라는 팔자였는지 여자 이름으로는 특별한 '호남'이다 ㅎㅎㅎ

유년시절 기억을 더듬어도 난 모기장 안에서 자본 적이 없다. 생전 첨 가져본 모기장 잠자리, 갖은 풀벌레가  동원된 조용한 심포니 연주, 새벽엔 오골계 장닭의 요란한 기상나팔, 심지어 개구리가 모기도 못 뚫는 모기장을 구경하고자 방문하기도 했다. 아마도 주인장 언니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고자 찾아왔을 듯하다. 그 조그만 체구에 쥬단학 화장품 가방을 들고 관공서 직원 상대로 외판을 하며 쌓은 공신력, 그게 바탕이 되어 농협 여성복지팀장으로 전격 채용되어 정년퇴직하셨다니? 언니의 인품과 실력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못 알아볼 수가 없었을 게다.

우린 이리 똑부러지고 쾌활하고 명랑한, 그지없이 포근한 주인장이 준비한 시골 황금밥상을 무려 열두 끼나 받아 먹는 영광을 누리다가 왔다. 어디 그뿐이랴? 다리 션찮은 내 여행 리듬은 동행한 언니 친구네에게 방해가 될 거 같아 따로 다녔는데 주인장 언니가 하루를 옴팍 우리에게 내주셨다. 무더운 날 생태공원 쉼터에서 언니가 들려주고 보여준 이야기와 모습이 글 쓰는 지금도 그대로 재현되어 입이  벙그레진다. 백운동 정자에서 만난 목포 점잖은 아저씨들 구성진 이야기도 훤히 들린다. 모두 주인장 언니가 엮어준 다리가 아니었으면 만나보지 못할 소중한 추억거리다. 백운동 주변 차밭도 아마 언니의 경쾌한 목소리와 발걸음을 나처럼 소중히 기억할 게 틀림없다.

마지막 날 떠나는 우릴 배웅하며 옥수수 한아름을 싸주고 잘 익은 무화과와 까마중을 골라 맛보여주는데 진짜 발 떼기 싫었다. 일주일 남짓 같이 한 짧은 인연이지만 내가 담에 강진을 찾을 이유는 강진의 인간 보물의 너른 품을 더 맛보기 위함일 테니 평생 같이 할 인연이 될 거 같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진정되어 가을 손님으로 강진이 붐비고, 정갈하고 포근한 <내미 농박>의 참맛을 누릴 기회가 전국으로 퍼지길 바란다. 하여 언니네 마당에 여행객 웃음소리 가득해지길 기원한다. 그 대열에 내가 또 끼어있을 거라 확신하며 뜨거운 강진의 여름을 길이길이 기억할 거다~~~♡♡♡~~~

다리 부실한 동생과 동행하며 밑도 끝도 없이 챙겨준 울언니에게도 감사~~♡♡♡~~~

강진아~ 기다려 주소~♡♡♡~